본문 바로가기

Reading

노르웨이의 숲

그러나 기억은 확실히 멀어져 가는 것이어서,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미 잊어버렸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면서 글을 쓰고 있으면, 나는 가끔 몹시 불안한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어쩌면 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의 기억을 상실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내 몸 속에 기억의 변두리라고나 부를 만한 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거기에 쌓여 부드러운 먼지로 변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그러나 어쨌든 지금으로선 그것이 내 손에 넣을 수 있는 전부인 것이다. 이미 엷어져 버렸고, 지금도 시시각각 엷어져 가는 그 불완전한 기억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뼈라도 핥는 심정으로 나는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이러는 수밖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오래 전, 내가 아직 젊고 그 기억이 훨씬 선명했던 무렵, 나는 그녀에 관해서 글을 써보려고 시도한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엔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첫 한 줄만 나와 준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든 술술 써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한 줄이 아무리 애써도 나와 주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한 지도가, 선명함이 지나쳐 때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젠 안다. 결국에는--하고 나는 생각한다--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상념밖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오코에 관한 기억이 내 안에서 희미해져 가면 갈수록 나는 보다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녀가 나를 향해 「나를 잊지 말아요」 하고 당부했는지 그 이유도 나는 지금에야 알 것 같다.
   물론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안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나를 향해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를 언제까지라도 잊지 말아 줘요. 내가 존재했다는 걸 기억해 줘요」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글프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를 사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타나베-함부르크 공항에서.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하루키